남을 도우며 이롭게 하는 삶

남을 도우며 이롭게 하는 삶

[ 현장칼럼 ]

이금복 국장
2023년 02월 20일(월) 21:38
곧 있으면 새 학기가 시작된다. 봄을 맞아 나무마다 파릇파릇하게 피어날 잎사귀처럼 아이들도 집에서, 학교에서, 교회에서 무럭무럭 자라날 것이다. 지난 해, 생명나눔예배를 드리기 위해 교회를 방문했다가 한 초등학생을 만났다. 이제 막 돋아난 새싹처럼 건강한 생기를 띈 아이는 밝게 웃으며 장기기증 희망등록 부스를 찾았다. 그리고 이내 자신도 장기기증을 약속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장기기증 희망등록 의사를 밝힌 아이를 보자 너무 예쁘기도 하고, 반가워 그 바람을 이루어주고 싶었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만 16세가 되어야 자신의 의사만으로 장기기증 희망등록이 가능하다. 이에 나중에 고등학생이 되면 다시 신청하라는 말로 아이를 돌려보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가 아버지의 손을 잡고 다시 등록 부스에 나타났다. 아버지에게 장기기증 희망등록서에 있는 법정대리인 동의란에 서명을 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장기기증이 위험하거나 무서운 일이 아니니 딸의 뜻을 들어주기로 했다는 아버지는 흔쾌히 서명을 한 뒤, 자신도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참여했다. 11살이라는 소녀는 얼마 전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잘 살아라"라는 유언을 남기며, "잘 사는 것은 남을 도우며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는 말을 하셨다고 했다. 이후 그 말을 마음에 소중이 간직하며 살고 있었는데, 때 마침 교회에서 '생명나눔'이라는 단어를 마주친 것이다. 알고 보니 아이의 어머니는 이미 오래 전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참여하고, 신분증에 의사표시 까지 되어 있었다. 어머니의 신분증을 우연히 보게 된 아이는 '장기기증'이라는 문구를 보고 질문을 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명나눔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졌다는 것이 가족들의 전언이다.

장기기증 운동의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나눔에 대한 생각의 깊이는 나이로 가늠할 수가 없다. 교회에서 만난 초등학생 아이처럼 나이는 어리지만, 생명나눔을 대하는 태도가 진지한 이들이 꽤 많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7월, 장기기증 희망등록 연령이 하향 조정되며 자신의 의사만으로 등록이 가능한 연령이 만 19세에서 만 16세로 조정되었다. 이후 예상보다 훨씬 더 뜨거운 청소년들의 참여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제도가 변경되기 전후로 약 1년간 만 16세에서 18세까지의 등록자 수를 조사하여 비교하자 약 14배가 늘어난 것이다. 그중에서는 홍보대사를 자처하며 또래들에게 장기기증에 대한 정보를 알리겠다고 나선 청소년들도 있었는데, 사뭇 진지하게 장기기증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생명나눔의 밝은 미래를 보기도 했다. 그 중 한 학생은 누군가에게 고마운 사람으로 기억된다면 자신의 인생이 잘 산 인생이라는 확신이 들 것 같아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마지막 순간, 생명을 나눈다면 자신의 나눔을 통해 두 번째 삶을 살아가게 된 사람들은 적어도 본인을 고마운 사람으로 기억할 것이라는 뜻이었다. '잘 살아라.'라는 할아버지의 유언을 마음에 새기고 실천에 옮긴 초등학생과 누군가의 삶을 선하게 변화시키는 고마운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고등학생의 소감에서 삶의 태도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부모로서, 어른으로서, 인생의 선배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어야 앞선 걸음을 따라가도 된다는 확신을 가지게 될지 생각해보게 된다. 하나 확실한 것은 남을 도우며 세상을 이롭게 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린 아이에서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선한 마음으로 서로를 도우며 살아가는 따스한 봄날이 오기를 기대하며, 그를 통해 생명나눔을 약속한 사람도, 생명나눔을 실천한 사람도, 생명나눔을 기다리는 사람도 모두 다 잘 살아가는 내일이 오기를 소망한다.

이금복 국장/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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