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위기의 시대, 한국 교회의 역할

인구위기의 시대, 한국 교회의 역할

[ 현장칼럼 ] 증가하는 고독사와 교회의 사명

박민선 이사장
2023년 04월 14일(금) 08:05
현장에서 매일 도시락을 전달하며 안부를 확인하다 보면 대상자 어르신들의 성향을 자연스레 알게 된다. 어떤 어르신들은 집에 화초가 가득하다. 꽃과 식물을 길가에서 가져와 군데군데 심고 기르는 분들도 있다. 어떤 집은 문을 열면 강아지가 제일 먼저 뛰어나와 반긴다. 강아지를 손녀 삼아 십 년째 데리고 사시는 90이 훌쩍 넘은 어르신이 사시는 집이다. 어떤 분들의 집에는 온갖 잡동사니가 가득하다. 주로 잡지나 신문, 길에서 주워 온 빈 깡통 같은 쓰레기들이다. 이제 좀 버리시라고 말씀드려도 대꾸를 안 하신다. 어떤 분들의 집은 구경하기가 어렵다. 성격이 급해서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도로에 나와 계시기 때문이다. "어르신 건강히 잘 계시고 있지요?"하고 물으면 "그럼요~잘 가요"하고 급히 도시락을 챙겨 돌아가신다. 한 분 한 분의 얼굴을 마음에 묻고 오늘도 행복하시기를, 안전하시기를, 건강하기를 기도한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어느새 이분들은 가족만큼이나 가깝고 깊은 마음의 정이 오가는 소중한 이가 된다.

우리 기관에서 매일 이렇게 사회복지 서비스를 받는 분들은 약 130명이다. 서울시 전체로는 도시락이나 밑반찬 등을 지원받는 분들이 약 3만 2천 명 정도가 된다. 대부분 기초수급권자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노인이면서 몸이 불편해서 거동이 쉽지 않고 주변에 이분들을 돌보아 줄 가족이 없는 경우이다. 한결같이 어려운 상황은 딱하고 마음 아프지만 나라에서 이분들의 상황을 돌보아줄 여러 지침과 기준을 마련해 돕고 있다는 사실이 한편으론 다행스럽다.

그런데 이렇게 주변으로부터, 아니면 사회로부터라도 지속적 관심과 지원을 받지 못한 채 고립의 끝을 걸어가다가 생을 마감하는 이들이 최근 많이 늘어나고 있다. 사회적 교류가 단절된 채로 혼자 살다가 고독하게 생을 마감한 지 만 72시간이 지난 후에야 발견되는 고독사는 최근 10년간 꾸준히 늘고 있다. 최근에는 2030 젊은이들의 고독사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작년 처음으로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한 고독사 통계조사의 발표에 따르면 고독사의 절반 이상은 5060 세대 남성 1인 가구에서 발생했다고 한다. 보통 쓸쓸한 죽음은 혼자 남은 노인 1인 가구에서 발견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복지의 사각지대와 사회의 외면 속에서 홀로 남겨진 중장년 남성들과 청년들이 고통스럽고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이렇게 홀로 고독사하는 수가 매일 10명 꼴로 일어나고 있다.

필자는 우리 사회에 급격히 늘고 있는 홀로 사는 사람들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서 고독사 예방을 위한 연구와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틈날 때마다 고독사 현장을 정리하는 유품정리사와 특수청소업체, 일선 경찰 등 관계자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데 가슴이 먹먹할 때가 많다. 이분들이 연락을 받고 현장에 도착하면 고독사한 고인이 혼자 쓸쓸히 눈감으며 돌아보았을 마지막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유품을 정리하고 남겨진 현장을 청소하다 보면 군데군데 고독사의 위험을 알리는 신호들을 발견한다. 현관문 안팎으로 붙여진 연체료 고지서, 독촉장, 그리고 군데군데 널려 있는 약봉지가 마지막까지 고인을 괴롭혔을 경제적, 신체적 어려움을 짐작하게 한다.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심리적으로 고립된 사람들에게 찾아오는 지독한 절망감과 무력감이다. 30대에 고독사한 한 여성의 휴대폰에서 발견된 마지막 메시지가 광고 문자에 보낸 답장이라는 사실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증가하는 고독사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과 사회 각 계의 참여가 시급하다. 이에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2021년부터 시행중이고, 고독사의 위험에 처해 있는 사람을 조기 발견하고 예방관리업무를 실시하기 위한 기관 간 정보공유와 위기대응시스템 구축을 위한 개정안도 발의되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늦었지만 반가운 일이다. 그렇다면 교회는 어떠해야 할까. 이 시대 이 땅의 교회에 주어진 역할과 사명은 가장 소외된 곳에서 꺼져가는 생명을 구하는 일이 아닐까. 교회의 적극적 관심이 지금 절실하다.

박민선 이사장 / (사)한국한아름복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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