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미화원의 이야기를 듣다

환경미화원의 이야기를 듣다

[ 현장칼럼 ]

윤재현 목사
2023년 04월 28일(금) 08:41
영주기독시민연합은 생명, 정의, 평화의 가치관을 가장 소중히 여긴다. 그래서 회칙에도 명기하였다. 생명, 정의, 평화는 기독교의 핵심 가치관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생명, 정의, 평화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가? 로마서 12장 15절에는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라고 말씀하신다.

필자가 살고 있는 영주시청 마당에는 2023년 4월 현재 사람이 죽었을 때 슬퍼하고 애도하는 만장(輓章)이 휘날리고 있다. 장례식이 난 것처럼 펄럭인다. 누군가는 울고 있다. 사람이 울고 있다. 생명이 부르짖고 있다. 누군가는 고통받고 있다. 과연 기독교는 우는 자와 함께 울 수 있을까?

2022년 3월부터 2023년 4월 현재까지 영주시 환경미화원들과 영주시는 임금교섭과 단체교섭을 했다. 상호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환경미화원 측에서는 총 6개 조항을 제시했다. 기본급 3% 인상, 임금 지급 기준 변경, 호봉 간 임금 간격 조정, 명절 상여금 120% 지급, 수당 신설 및 개정, 초과근무 기본수당 지급 등이다.

환경미화원들이 많은 것을 양보한 결과 타협된 것은 4가지이다. 기본급 1.8% 인상, 호봉 간 임금 간격 2만 7600원에서 2만 9000원 인상, 연가보상비 15일에서 17일 확대이다. 그러나 환경미화원 특수업무 근무수당 10만 원 지급은 타협 중이다. 특수업무 근무수당에서 영주시는 2만 3000원을 고수하고 있어 타협이 쉽지 않다. 감사하게도 토요일 주 1회 휴무는 잠정 합의된 상황이라고 환경미화원 지부장님이 오늘 필자에게 연락이 왔다. 매우 기쁜 일이다.

이러한 소식을 듣고 영주기독시민연합 회원들은 환경미화원 숫자만큼 특별한 빵과 커피를 주문하여 방문했다. 영주시와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아 추운 겨울을 난로 몇 개로 버티고 있었다.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찾아오는 이 없는데 영주기독시민연합이 찾아와 줘서 고맙다고 했다. 우리는 환경미화원 아저씨들의 이야기를 듣기만 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주변인들에게 알리기. SNS 올리기, 함께 기도하기였다.

다음날 하망동 성당 베드로 신부님께 전화했다. 어제는 기독교에서 방문했으니 오늘은 신부님과 같이 갈 수 있는지 물었다. 신부님은 흔쾌히 동참했다. 영주기독시민연합 임원들과 성당의 신부가 함께 환경미화원을 방문했다.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감사한 일이다. 마칠 때쯤 필자는 베드로 신부에게 "어제는 내가 기도했으니 오늘은 신부님이 기도해 주실 것"을 요청했다. 그런데 "가톨릭은 신자를 위한 기도는 있지만, 비신자들을 대상으로 기도하는 것은 없다"고 했다. 가톨릭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누가 기도한들 무슨 문제인가. 필자가 기도했다.뉴스를 보니 경기도 양평군에서는 환경미화원의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 소통간담회를 정례화시켰고 문경시에서는 안전한 근무환경을 위해 새벽 4~5시 생활폐기물 수거를 6시 이후로 조정했다. 전남 여수시는 환경미화원을 대상으로 여수문화원 시설과 여천제일교회 휴게 시설을 공유하는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한다. 함께 산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영주시 환경미화원들의 문제는 해결된 것이 없다. 종교인이 해결할 수도 없다. 영주시장의 결단이 남았다. 쉽지는 않다. 전국의 교회들이 기도에 동참해 주시기를 바란다. 우리에게는 살아계신 하나님이 이 작은 동네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다. 지극히 작은 자의 눈물을 외면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이시다. 생명의 하나님께서 정의의 방법으로 평화롭게 문제를 해결하시라는 믿음이 있다.

오늘 우리에게 있어 우는 자는 누구인가? 함께 울고 있는가? 지금도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은혜의 계시에 사로잡힌 우리들의 벅찬 가슴은 고동치고 있다. 수많은 믿음의 동지들이 함께 기도해 주시기를 다시 한번 요청한다.

윤재현 목사(내매교회·영주기독시민연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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