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하게 살아온 나를 칭찬한다

치열하게 살아온 나를 칭찬한다

[ 현장칼럼 ]

안승영 목사
2023년 05월 05일(금) 09:30
어쩌다 이곳에 발을 들이게 되었는지 은혜와 감사의 세월 동안 부끄러움도 있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보려 고군분투했다고 자평할 수 있다.

2002년 월드컵의 여운이 잦아들 때쯤 8월 29일은 내게 두 번째로 주신 생명을 만나는 날이었다. 그 아이가 채 백일이 되기 전 하나님께서는 노숙인 사역이라는 새로운 목회 영역을 보게 하셨다. 어렸을 적 보아왔던 바도 있고 늘 생각의 중심에 있던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삶! 나란 사람은 사역의 중심에 깊이 빠져들었다. 그것이 목회로 나에게 주어졌지만 어쩜 그렇게 딱 들어맞아 미친 듯이 사역을 즐기고 함께 하는 기쁨을 누렸다.

이런 말씀이 어울릴까? 형제가 동거함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고. 사랑하고 존경하는 형제들과 함께 여러 일들을 공유하고 만들어 가는 것은 목회사역 그 자체였고 기쁨이며, 결과였다.

노숙인 사역에서 돌봄과 선교의 통전적인 방향성이 필요하듯이 실체적인 실천에서 일과 영성의 조화로운 결합은 담당 목회자의 깊은 성찰과 행함이 있어야 하는 노숙인 선교의 성패를 가름하는 영역이 될 것이다. 그야말로 행함이 없는 믿음은 헛것인 것처럼 입으로만 되새기는 자활과 신앙은 실존에 다다를 수 없는 허상처럼 헛된 선교가 되고 말 것이다.

어느 날 새벽 경건회 후 트럭을 타고 대부도로 향했다. 무료급식 사역을 마치고 돌아오니 저녁 9시가 되었다. 시화공단을 빠저 나가는 길이 많이 막혀 시간이 훨씬 더 걸렸다. 형제들의 야간취침 체크를 하고 집에 도착했을 때는 자녀들의 얼굴조차 보기 힘든 상황이었다.

아빠를 그리워하는 아들 녀석이 유치원에서 그린 그림은 지금도 무슨 인장처럼 집안에 놓여 있다. 내용인즉 '아빠는 밤에 와요! 아빠는 포도농사를 지어요!' 이런 아들의 마음이 목회사역에 녹아져서 사역의 열매가 되지 않았나 싶다.

어디 한 번 눈 돌리지 않고 돌쇠처럼 현장을 지켜왔음에 자부심을 가진다. 보통 현장에서는 어느 정도 경험과 역할을 감당하면 단체의 대표로, 이사로 사역의 영역이 넓어진다. 하지만 필자는 과일장사, 포도재배, 신발세탁소, 치킨&피자집, 꽃집, 희망목공소, 자연사업단, 치유농장 등의 현장에서 노숙인들과 함께 땀 흘리고, 먹고 마시며 영적 공감대를 형성해 왔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하나님은 나에게 돈 버는 재주는 주시 아니하셨다. 그러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목사의 실패도 어떤 이들에게는 은혜이고 또 가난한 목사가 죄 짓지 않을 확률이 높으니 좋지 아니한가.

우리는 늘 주신 달란트대로 최선을 다해 왔다. 노숙은 사람들에게 실패처럼 보였지만 그곳에는 하나님의 안위하심과 구원의 섭리, 은혜가 깃들어 있었다.

안승영 목사 / 유쾌한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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