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위기의 시대, 한국 교회의 역할

인구위기의 시대, 한국 교회의 역할

[ 현장칼럼 ] 갈등의 시대, 해법은 어디에 있는가

박민선 이사장
2023년 05월 18일(목) 23:45
최근 한 모임에서 'K푸드'의 놀라운 인기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가 해외 식당들에서 앞 다투어 한식메뉴들을 개발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특히 뉴욕 고급 레스토랑에서 불티나게 팔리는 6만 원대 코리안 떡볶이에 대한 이야기는 적잖은 충격이었다. K푸드뿐만 아니라 K-팝, K-드라마와 영화, K-패션 등 한국 문화는 이제 미국, 유럽, 아시아 등지에서 그야말로 '대세'로서 유행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전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한국 문화 콘텐츠들을 들여다보면 걱정스러운 점이 있다. 재작년 넷플릭스 세계 1위를 차지하며 각종 유행을 휩쓴 '오징어게임', 작년 12월과 올해 3월에 차례로 개봉되어 역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은 '더 글로리'는 모두 뿌리 깊고 극단적인 집단 간 혹은 개인 간 갈등을 소재로 한 드라마들이라는 사실이다. 그보다 전에 세계 유수의 영화제를 휩쓴 영화 '기생충' 역시 한국 사회에 만연한 빈부갈등과 계급갈등을 치밀하게 드러낸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얼마 전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대한민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갈등이 심한 국가'라는 내용의 기사들이 인용되었다. 영국 킹스컬리지, BBC 등 세계적 연구기관 및 언론에서 주요국가 시민들을 대상으로 갈등을 측정하는 각종 항목에 대해 얼마나 심각하게 느끼는지 조사했는데 우리나라는 이념, 빈부, 성별, 학력, 정당, 나이, 종교 등의 항목에서 1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조사결과도 비슷하다. 재작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OECD 국가들을 대상으로 산출한 갈등지수 분석결과에서 대한민국은 사회 내 갈등이 첨예한 국가 3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한국은 갈등순위에서 정치 4위, 경제 3위, 사회 2위로 종합 3위를 기록했다. 전경련의 분석 보고서는 대한민국이 갈등수준도 높은데다가 갈등을 해결할 정부의 국가갈등 관리능력이 30개국 중 27위로 최하위권이라고 발표했다. 이 정도가 되면 우리나라를 갈등대국, 갈등공화국이라고 부르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싶다.

사회 갈등은 구성원의 불행과도 무관하지 않다. 갈등은 불신과 소통부재를 심화시켜 사회 내 불안을 가중시킨다. 자신을 방어하고 상대방에 대한 공격을 정당화하기 위해 비방과 원망을 하게 되고, 이는 결국 분노와 폭력으로 이어지게 된다. 상대방을 날카로운 말로 상처내면서 잠시 원통함과 억울함이 풀어지는 것 같은 해방감을 맛보며 후련할 수 있지만 상대와 사회를 향한 분노의 칼끝은 반드시 자신을 향하게 된다. 결국은 갈등과 폭력은 모두를 자멸시킨다. 유엔의 세계행복보고서에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로 꼽힌 핀란드가 갈등지수가 가장 낮은 나라라는 사실은 갈등과 행복이 서로 강한 부적 관련성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필자는 사회복지현장에서 많은 분들을 만난다. 이분들의 말과 표정, 한숨에서 주로 삶의 팍팍함과 고단함을 느낀다. 그런데 최근 부쩍 사회에 대한 불신, 원망과 울분, 비난과 반목의 모습을 많이 발견한다. 실제 우리 사회 내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국민들의 국회 및 정당, 미디어, 정부 등에 대한 신뢰도도 점점 하락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빈번하다. 코로나 19로 인해 비대면 온라인소통이 확산되면서 갈등은 충분한 대화와 조율을 통해 해소되기보다 상대에 대한 원색적 비난과 공격으로 심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인터넷 환경은 화자의 익명성을 보장해줌으로써 자신의 주장이나 표현에 책임을 덜 느끼게 하고 그 수위나 객관성에 대해 도덕적 판단을 무뎌지게 하는 경향이 있다.

함께, 더불어 사는 공동체성의 회복이 절실하다. 정부와 제도적 복지영역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화목하게 하는 자의 역할(고후 5:17-18)에 교회가 앞장서야 한다. 교회에서부터 구분과 분리의 벽을 허물고 서로 다를수록 함께 하는 문화를 확산시켜야 한다. 특히 세대 간의 접촉과 화합은 청년 세대의 활력과 노년 세대의 지혜가 서로를 보완할 수 있어 다름을 축복으로 받아들이는 문화를 만들어나가기에 가장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갈수록 고령화되는 교회의 문제와 노년 중심의 공동체에 청년들이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숙제들의 실마리도 여기에서 풀 수 있을 것이다.

필자와 함께 지역의 혼자 사는 어려운 어르신들을 섬기는 강남동산교회 청년들의 '가보다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싶다. 청년들이 하는 일은 특별하고 거창한 것이 아니다. 말벗이 되어드리고, 눈이 잘 안 보이는 어르신들의 집에 있는 먼지를 닦아 청소해드린다. 또 외로움을 잘 느끼는 어르신 댁에 모여 함께 삼겹살 파티를 하기도 한다. 봉사활동이 아니다. 가족, 이웃, 친구가 되어 드리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어르신들은 '복지'라는 이름으로 십년 동안 매일 찾아가는 복지사보다 '손주'라는 이름으로 찾아가는 청년들에게 놀랄 만큼 마음을 연다. 이분들의 변화와 삶의 활력을 보면 가슴이 뭉클하다. 갈수록 파편화되어 가고 있는 우리 사회에 반대의 방향, '공동체'의 비전을 제시하는 일. 교회의 사명이고 숙명이다.

박민선 이사장 / (사)한국한아름복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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