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참사를 기억한다

10.29 참사를 기억한다

[ 현장칼럼 ]

윤재현 목사
2023년 05월 24일(수) 13:49
기독교인으로 산다는 것은 우리 시대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예수 믿고 교회 다닌다는 것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 영주기독시민연합의 회원들은 이러한 고민을 날마다 하고 산다. 정기적으로 모임을 하면서 영주시와 한반도에서 예수 믿는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인지 토론하고 교제한다.

어느 날 뉴스를 보는데 울컥하며 눈물이 쏟아졌다. 158명의 젊은이들이 이태원 참사로 생을 마감했다는 것이다. 유가족들의 통곡 소리가 거침없이 TV 화면을 통해 보였다. 시신들은 각기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고 사고 수습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정부의 대처와 유가족들의 눈물이 충돌하는 것을 보았다. 오열하는 유가족들의 손을 잡아주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정부의 대처는 매우 미흡했다. 공적 조직의 움직임이 이렇게도 허술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식을 잃고, 형제를 잃고, 친구를 잃은 이들에게 오히려 비난이 가해졌다. 죽은 이들을 애도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죄인이 되어 버렸다.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고통은 인간의 어떠한 말로도 위로가 어렵다. 함께 우는 수밖에 없다. 함께 있어 주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아리는 가슴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는가? 가슴을 치고 고통하는 유가족들의 위로가 절실했다. 멀리 떨어진 우리에겐 더욱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영주기독시민연합의 회원 중 한 분이 "우리는 뭘 하죠?"라고 물었다. 모두가 대답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누군가 "기도합시다" "기도하면 하나님께서 우리의 소리를 들으십니다"라고 했다. 모두가 동의 했다. 우리는 어떻게 기도할까를 이야기했다. 각자 기도하는 방법, 영주기독시민연합 회원들만 모여 기도하는 방법, 여러 사람을 초청해서 함께 기도하는 방법을 이야기했다. 결국 많은 사람이 함께 마음을 모아 기도하는 방법을 택했다.

기도회의 제목은 '10.29(이태원) 참사로 인해 고통하는 이들을 위한 기도회'로 정했다. 장소와 날짜를 정하고 현수막과 포스터를 만들었다. 기도회를 마치고 참석하신 분들에게 저녁 식사를 대접하기로 했다. 이유는 10.29 참사의 뉴스를 접하고 마음 아파하는 사람들의 위로와 교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도회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모두가 유가족들의 마음을 위로해 달라는 기도회에 동참했고 눈물을 흘리며 기도했다. 각자 주어진 임무에 따라 준비에 들어갔다.

예레미야 31장 15절을 본문으로 '라헬의 통곡소리'라는 제목으로 한 목사님이 설교했다. 말씀을 들은 후 기도회가 이어졌다. 첫 번째로 고통하는 이들과 함께 아파하지 못하는 우리의 굳어버린 마음을 회개하는 기도했다. 이어 올바른 진상규명과 대한민국에 다시는 이러한 참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위해 기도했고, 가족을 잃고 고통하는 유가족과 대한민국의 국민들을 위로하여 달라고 기도했다.

이번 기도회에는 예수님을 믿지 않는 분들이 다수 참석했다. 그들은 초청해 주어 감사하다고 인사했고 우리는 와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또한 특별한 분이 오셨는데 5.18 민주화운동 때 길거리 방송을 담당했던 한 교사가 참석해 "함께 여기에 있어 고맙습니다"라는 교훈의 말씀도 전했다. 우리는 서로를 위로했다. 또 감사한 것은 생각보다 많이 거둬진 헌금이었다. 헌금은 이후 10.29 참사 대책위원회에 송금했다.

기도회가 끝난 지 4개월이 지났다. "아직도 라마에서 슬퍼하며 통곡하는 소리가 들린다.(렘31:15)"는 말씀이 들리는 듯 하다. 그러나 주님께서 "네 울음소리와 네 눈물을 멈추어라", "날이 이를 때에", "그들이 그의 대적의 땅에서 돌아오리라"라는 회복과 희망의 메시지를 주신다. 이 말씀은 현재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의 계시의 빛 앞에 놓여진 우리 모두에게 펼쳐 보여 주셨다. 이 음성을 들을 때에 우리에게는 다시 일어나는 힘과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상처받고 고통하는 우리에게 은총을 베풀어 주시며 위기의 깊은 심연에서 우리를 건져 주실 것이다.

윤재현 목사 / 영주기독시민연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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