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不安)의 시대, 혼자서도 안심할 수 있는 사회를 향하여

불안(不安)의 시대, 혼자서도 안심할 수 있는 사회를 향하여

[ 현장칼럼 ] 인구위기의 시대, 한국교회의 역할 4

박민선 이사장
2023년 06월 16일(금) 11:27
최근 혼자 사는 여성들을 타겟으로 한 스토킹, 주거침입, 데이트 폭력 등의 범죄율이 증가하고 있다. 남성을 대상으로 한 경우도 없지 않으나 대다수는 여전히 신체적으로 약한 여성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상대방이 혼자 산다는 사실을 알고 집까지 쫓아와 집 안을 훔쳐보기도 하고, 집 앞에 놓인 택배물을 뒤지거나 현관문에 귀를 대고 있는 등 범죄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섬뜩한 행동들이 겉으로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에 의해 일어난다.

최근 범죄피해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범죄 피해율은 남성의 2.23배에 달하며 주거침입범죄의 경우 최근 5년간 60% 이상 증가할 정도로 늘어나고 있다. 작년에는 스토킹하던 여성을 지하철 역 화장실에서 살해한 신당동 살인사건과 같은 끔찍한 사건도 발생했다. 2021년 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스토킹 범죄 신고건수는 10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데이트 폭력의 경우도 처음에는 다정한 연인관계로 시작했지만 여성이 헤어지자고 하는 순간 돌변해 혼자 사는 집 안에 다른 사람이 없다는 취약점을 악용, 허락 없이 집에 침입하고 협박, 폭행, 갈취, 감금하는 사건들이 증가하였다. 충격적인 사실은 여성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범죄피해와 안전사고는 가까운 지인이나 여성이 혼자 살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 주변인들에 의해서 발생하는 경우가 상당 비율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특히 피해자와 가해자가 관계의 친밀성을 가지고 있었던 경우 범죄는 은폐성, 암수성, 지속성, 상습성 등의 특성을 보여 피해자의 안전문제를 더욱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이러한 범죄사례들이 늘면서 혼자 사는 여성들의 불안과 공포의 정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여성이 주거를 선택하는 데 있어 고려하는 주거조건 중 주거의 안전성이 가격, 편리성이나 주거 평수, 노후도 등 다른 주거의 조건보다 우선순위를 차지하고, 여성들은 비싸고 낡고 좁더라도 지하철이 가깝고 대로변에 있어 치안유지가 잘되는 집을 구하느라 상대적으로 삶의 질을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홀로 취사와 취침을 하는 1인 가구가 천만 명이 넘어섰다. 이는 우리 사회 전체 가구 중 40퍼센트가 넘는 비율이다. 이들은 많은 경우 자발적으로 혼자 살기를 선택했고, 1인 가구로서의 삶에 만족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1인 가구로서의 삶을 지속할 것이라고 응답한다. 그런데 이렇게 혼자 살아가는 것이 일반적이고, 향후에 이 추세가 더 심화될 것이 당연한 시대에 절반에 해당하는 여성 1인 가구의 대부분, 그리고 노인 1인 가구와 일부의 남성 1인 가구까지 포함한다면 혼자 산다는 이유만으로 일상화된 불안 속에서 사는 사람들이 과반 이상이라는 사실은 이제 1인 가구의 범죄피해가 중대한 사회문제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국가나 지자체에서 손 놓고 관망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1인 가구의 안전과 범죄예방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에서 하고 있는 지원들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안심택배서비스, 안심보완관, 집과 골목 등 cctv설치, 안심장비 지원 등등 유용한 서비스도 많다. 현재 서울을 비롯한 경기도와 인천 등 젊은 여성 1인 가구가 많은 수도권에서는 대부분 이러한 서비스들을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1인 가구의 불안함이 극도에 달해 이러한 지원을 받는 것조차 꺼리는 수준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필자가 현장에서 만나는 여성 1인 가구들의 특성은 '자신이 혼자 살아가고 있는 여성'이라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특성이 있으며, 이로 인해 범죄나 폭력과 무관한 행정적, 복지적 지원조차도 실제적인 혜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청하거나 참여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왜 지원을 신청하거나 받지 않는지 확인해보면 대다수가 '여성 1인 가구라는 사실이 누군가에게 알려지는 것 자체가 범죄의 타겟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응답하고 있다. 실제 스토킹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심리상담이나 지원 서비스 의향을 물으면 대부분이 거절한다는 경찰 현장에서의 목소리도 같은 맥락의 연장이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불신, 사회가 지켜줄 수 없다는 불안, 어떤 사람이 나를 향해 언제 어디서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혼자 사는 사람들이 도움의 손길을 뻗기도 어렵도록 만들고 있다.

혼자 사는 1인 가구의 안전 정도는 우리 사회 안전의 수준을 가장 잘 보여주는 척도이다. 젊든 나이가 들었든 경제적으로 풍요롭든 빈곤하든 건강하든 병들었든지 옆에 보호하고 함께 하는 누군가가 없이 독처한다는 자체가 안전에 있어서는 취약함이다. 가장 연약해도 안전한 사회가 진정한 안전 선진국이다. 혼자여도 안전한 사회가 진정한 복지국가인 이유다. 가장 약한 어린 아이가 독사의 입 안에서 놀고 사자와 소가 함께 사이좋게 풀을 뜯어먹는 천국(이사야 11장 6~8절)을 이 땅에 구현하는 것이 교회의 역할이고 이 땅에서의 사명이다.

필자는 지금까지 4회에 걸쳐 우리 사회의 빠른 인구변화와 이와 함께 나타나는 우리 사회 인구절벽, 고독사 증가, 갈등 증폭, 범죄와 불안의 증가라는 위기들을 복지 측면에서 분석하고 현장에서 접하는 목소리를 함께 전달하고자 하였다. 앞으로도 계속 연구 영역과 현장에서 이 문제들에 대해 면밀히 파악하고 더 나은 변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많은 분들의 동역과 응원과 기도를 부탁드린다.



박민선 이사장 / (사)한국한아름복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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