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으로서의 영성과 경건

삶으로서의 영성과 경건

[ 여전도회 ] 7월 월례회

유재경 목사
2023년 07월 01일(토) 16:26
여전도회를 위해 기도하는 회원들. / 한국기독공보 DB
찬송 : 449장

성경 : 민수기 16장 1~3절

"'영성이 깊다' '경건한 사람이다'"라는 표현은 교회 안에서 종종 들리는 말이다. 대개 교회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 기도가 유창한 사람, 성경 지식이 많은 사람과 호환해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잘못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잘못될 위험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기도를 많이 하지만 자기중심적이고, 성경을 많이 알지만 비난하고 험담하며, 사역을 많이 하지만 비교의식 속에서 우월감이나 열등감을 갖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영성과 경건은 삼위일체 하나님과 관계를 나타내는 단어다. 하나님과 관계하면서 살아가는 삶의 속내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니 영성이나 경건이 삶의 속은 배제한 채 외적인 면에만 초점을 두지 않도록 늘 조심해야 한다. 외면은 그럴 듯하지만 내면에 하나님과 관계가 없는 내면과 외면의 괴리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출애굽 여정을 걷는 이스라엘 공동체도 그러했다.

민수기 16장에는 모세와 아론에 대한 이스라엘 지도자들의 반역이 다루어지고 있다. 고핫 자손의 지도자인 고라와 르우벤 지파의 수령급 인물인 다단과 아비람 그리고 르우벤 지파의 벨렛의 아들인 온이 함께 모여 모세와 아론에게 대항한다. 이들은 총회에서 택함을 받은 250명의 족장급 지도자도 합세시킨다. 택함 받은 지도자들은 이미 회중의 지지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다. 그러니 거의 온 회중을 규합할 정도의 큰 반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반역은 즉흥적인 불만이 커져서 이루어진 반역이 아니다. 다수를 모으기 위해서 당을 지어 모의를 해서 이루어진 반역이다. 악의적이고 조직적으로 계획된 반역이다.

반역의 외적인 명분은 회중 모두가 거룩하고 여호와께서 회중 가운데 계신데 모세와 아론이 총회 위에 자신들을 높였다는 것이다. 모두가 거룩하고 동등하다는 민주주의와 평등주의를 요구하는 것 같다. 만인제사장설과 같은 고차원적 신학을 말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숭고해 보이는 외적 명분과 달리 실제적 이유는 다른 데 있다. 그들은 모세와 아론을 향해 "분수에 지나도다(민 16:3)"라고 자신의 속마음을 비춘다. 새번역성경으로 '분에 넘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별로 실력도 안 되면서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운 좋게 지위와 힘을 가진 것을 보니 맘에 안 든다." 이런 마음이다. 질투와 시기가 거룩한 옷을 입고 반역의 명분이 된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자신 안에 있는 욕망을 가만히 성찰하지 않고 섣불리 거룩한 명분을 갖다 붙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나는 그 정도의 헌신이 부담스럽고 불편하다"라고 말하면 된다. 그런데 "'반대하는 것은 아닌데 하나님이 원하는 것 같지 않다' '헌신이 부담스러운 건 아니고 다른 교회들은 그렇게 안 한다더라'"라고 자신의 마음을 꾸미는 경우가 있다. 기도하지 않거나 자기몰두적으로 기도하면서 자기감정을 하나님의 뜻인 양 포장할 위험성이 늘 있다. 자기중심적 욕망을 거룩으로 가장하는 것은 사단의 계략이다.

그래서 믿음의 선배들은 영적 삶을 살려고 하는 이들에게 단순함과 솔직함을 강조했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감추려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때론 당혹스런 나의 원초적인 감정과 욕망도 나 자신임을 인정하는 단순함이 필요하다. 단순한 영혼은 얽매일 것도 걸려 넘어질 것도 없다. 자신의 부패함을 받아들이기에 겸손함으로 하나님의 도움을 간절히 구한다. 자신을 도우시는 하나님으로 인해 부패한 자신을 용납하는 용기를 얻는다. 그래서 솔직하게 자신의 곁에 있는 형제자매들에게도 자신의 부패함을 인정하면서 도움을 청한다. 단순하고 솔직하게 살아가는 영혼으로 말미암아 공동체는 하나님의 사랑이 더 풍성해지고 겸손해진다.

하나님의 공동체에도 질투와 시기, 이기심과 탐욕이 언제든 교묘히 들어올 수 있다. 그때 속마음을 단순하게 받아들이고 솔직하게 나눔으로 반역이 아니라 사랑과 축복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모든 회원들 되시길 빈다.

합심기도 : 내 안에 들어오는 질투와 시기, 이기심과 탐욕을 성찰하고 받아들이는 용기를 주소서. 단순하고 솔직하게 교제하는 겸손한 사람이 되어 사랑과 축복의 공동체를 일구게 하소서.

유재경 목사 / 대덕교회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