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가혹한 상처를 남긴다

재난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가혹한 상처를 남긴다

[ 현장칼럼 ]

우병인 목사
2023년 07월 21일(금) 09:18
오늘도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다. 이렇게 비가 오면 무더위도 조금은 누그러지고 빗소리에 많은 사색에도 잠기곤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장마 기간 비 내리는 것이 좀 달라졌다.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내리고 비가 그치면 더위는 심해서 힘에 겹다.

오늘 오후도 엄청 많은 비가 내렸다. 정신없이 쏟아지는 비에 넋을 잃었다. 갑자기 지난 힌남노 태풍이 머리를 스치며 쏟아지는 비를 잊은 채 배수구와 교회 주위를 둘러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며 젖은 옷을 떨며 들어왔다.

아직 마음에 지난 힌남노의 아픔을 간직한 채 여름을 맞이했나 보다 생각하며 밖의 비를 보며 생각에 잠긴다. 힌남노 태풍이 몰아친 새벽에 물은 골목까지 차오르기 시작했다. 성도들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차를 타고 지대가 높은 곳으로 이동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던 이른 아침이었다.

뭔가 정리되나 했는데 들려오는 소식은 곳곳의 저지대와 아파트 지하 주차장 침수소식이 모두를 긴장시키고 바쁘게 움직이게 했다. 그러던 중에 이웃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로 사람들이 지하에 갇혔다는 소식이 오고 시간이 지나며 사상자도 늘어나는 소식으로 아픔을 남긴 비가 바로 지난해 태풍 힌남노였다.

태풍은 지역전체를 할퀴고 삶의 터전 모든 곳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빵 사역으로 만나던 독거 어르신들도 말이 아니었다. 대부분 농어촌 지역에 계신 분이 많은 관계로 다시 못 보는 분들도 계시지만 다른 분들도 난감한 상황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집이 침수되고, 담장이 무너지고, 곳곳이 많은 손길을 필요로 했다. "지금 급하게 얼마의 금액이 지급은 되었는데 이걸로는 보일러 교체하면 되는데 나머지 일이 걱정이네", "에고, 이 늙은이 혼자 사는 집에 많은 돈 들여 수리하려고 하니 그것도 아깝고 그냥 살자니 살기는 냄새와 곰팡이로 갑갑하고, 자녀에게 가려니 그것 또한 한숨이 난다"는 어르신들의 한탄이 지금도 선명하게 살아난다.

그래도 어렵사리 추위가 닥치기 전에 열악하고 부족한 겨울을 넘기고 새로운 한 해를 시작했다. 그래서 아직은 빗소리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큰 재난은 상대적으로 어렵고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너무 가혹한 일이다. 바람 소리와 비 내리는 소리에 가슴 저리는 오늘이다. 이러한 아픈 기억 속에 소망을 갖는 것은 우리 곁에는 아직 힘겨운 분들이 많이 계시기 때문이다. 복음은 이곳, 생명은 여기에서 부활로 소망을 말해야 하고 행동해야 하는 것이 교회이고 목사라는 생각을 한다.

우병인 목사 / 베들레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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