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역의 장벽을 넘어

사역의 장벽을 넘어

[ 현장칼럼 ]

정민교 목사
2023년 07월 28일(금) 08:27
알 미니스트리(AL(Abounding Love) ministry)는 흰여울교회 부설기관으로 2009년도부터 25만 시각장애인의 복음화와 시각장애가 있는 다음 세대, 장년, 목회자를 섬기기 위하여 사역을 해오고 있다. 그동안은 시각장애인 합창단, 다음 세대 캠프, 시각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흰 지팡이 보행 교육, 어려운 이웃 재정 지원 등의 사역을 해왔다. 그러던 중 작년 7월에 장로회신학대학교를 다니는 제자 전도사에게 연락이 왔다. "목사님, 제가 7년 동안 신학을 공부하고 있지만 이젠 공부를 쉬고 싶어요." 나는 순간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알았지만, 혹시나 해 물어보았다. "왜? 무슨 일이 있니? 아니면 이 길이 너의 길이 아닌 것 같니?"

"목사님, 잘 모르겠어요. 7년 동안 공부를 했지만, 사역을 할 수 있을지…, 과연 이 길이 맞는지."

예상한 대로였다. 제자 전도사는 태어날 때부터 앞이 보이지 않는 선천 시각장애인이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것은 2011년에 부산 맹학교 기독학생회를 조직하여 예배를 드릴 때이다. 워낙 성실하고 말도 잘 듣고 해서 신학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하라고 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사명을 받아야 하니 진로를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자기는 특수학교 교사를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교사는 왜 하려고 하니? 혹시 안정된 직장 때문에 그러냐?" "시각장애인들은 직업의 선택이 별로 없잖아요. 그래도 교사는 안정적이라…." 나는 그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사실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리스도인이라면 자기의 안정만을 위해 직업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항상 이웃에게도 유익을 주는 직업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고 말해온 나로서는 좀 더 의미 있는 직업을 찾기를 바라며 신학을 권유했었다.

제자 전도사는 나의 말을 듣고 기도하기 시작하여 하나님께 응답받아 신학교에 가기로 결정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교육학과를 입학하여 과 차석으로 졸업하고 무시험으로 같은 학교 신학대학원에 입학했다. 그런데 신대원 3년 1학기를 마치고 나에게 연락이 온 것이다. 그는 신대원을 입학할 때 신대원에 가기 싫다고 눈물 흘리며 기도를 많이 했다고 한다. 하지만 하나님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으셨고 내가 사명자는 하나님께서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내 마음대로 포기하면 안 된다고 했던 가르침이 생각나서 입학했다고 한다.

제자 전도사의 상황을 잘 아는 나는 기도하면서 사역의 길을 찾아보자고 했다. 내가 작년 1월 첫 주에 교회를 개척했기에 우리 교회 전도사로 데려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내와 상의하고 몇 명 안 되는 성도들이지만 성도들에게 묻고 제자 전도사를 설득하여 흰여울교회 전도사로 청빙하였다.

지금의 교회 운영에 있어 파워포인트(PPT)나 차량 운행 등에 약간의 어려움은 있지만 제자 전도사가 할 수 있는 사역이 무엇이 있을까? 궁리하던 중, 그가 신학 공부할 때 책이 없어서 힘들었다는 말을 듣고 파악을 해보니 시각장애인이 읽을 수 있는 기독교 도서가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이 시작되어 알 미니스트리에서 25만 시각장애인들의 복음화와 시각장애가 있는 다음 세대, 장년 성도, 목회자들의 양육과 교양, 목회 연구지원을 위해 기독교 도서를 데이지 파일로 제작하여 무료로 보급하는 알-소리도서관이 탄생하게 되었다.

정민교 목사 /흰여울교회·알 미니스트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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