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보호자와 좋은 보호자

나쁜 보호자와 좋은 보호자

[ 현장칼럼 ]

김광현 원장
2023년 08월 18일(금) 14:56
한동안 연락 없던 보호자(형제)가 불쑥 찾아왔다. 예전 이력을 찾아보니 역시나 였다. 좋은 보호자가 아니었다. 동생의 안부는 별 관심 없고 동생의 통장 잔고가 얼마인지를 궁금해했다. 몇 년 전에도 불쑥 찾아와서 1000만 원이 넘는 금액을 보호자가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빼앗듯 가져갔다. 지금은 몇 가지 조치를 해 두어 당장 가져가진 못했다. 며칠 뒤 또 다른 보호자가 자녀들과 함께 방문했다. 보통의 보호자는 방문 시 장애인이 좋아하는 음식을 가져오거나 함께 나가 장애인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들어온다. 10여 분 동안 안부만 확인하고 돌아갔다. 이번에는 동생이 죽으면 남은 돈은 어떻게 되는지 묻고 갔다. 빨리 통장의 돈을 소진할 방법을 찾기로 했다.

중증장애인에게는 장애연금이 지급된다. 매월 30만 원이다. 요셉의집에 거주하면 매끼 3400원 상당의 식사, 매월 5000원의 간식비, 매년 8만원의 의복비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급된다.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금액조차 되지 않는 작은 금액이다. 이외 먹고 싶은 것, 놀고 싶은 것, 가지고 싶은 것 등 개인적 욕구는 장애연금을 저축했다가 사용한다. 요셉의집에 거주하는 장애인의 개인 지출은 사용 조건이 까다롭고 증빙해야할 서류가 많다. 중증장애인들은 의사 표현이 어렵다. 직원들이 옆에서 필요한 물건을 사거나 먹고 싶은 음식을 대신 구매해 준다. 매월 10여 만 원 정도 사용하고 나머지는 개인 통장에 저축된다. 이렇게 쌓인 장애연금이 적은 분은 몇 백여 만 원, 많은 분은 몇 천여 만 원이 된다. 나쁜 보호자는 이 돈을 탐낸다. 쉽게 가져가지 못하도록 몇 가지 조치를 해 두었지만 억지로 가져가려 한다면 막을 방법이 없다. 요셉의집에서 강제로 퇴거시키고 돈만 가져갈 수도 있다. 퇴거한 장애인이 다시 요셉의집에 들어오긴 힘들다. 지난 4년 동안 3명의 장애인이 새롭게 입소했고 대기자는 수십 명이다. 장애인인 생활시설 대부분은 많은 대기자가 있다. 돈을 지키려다 돈만 빼앗기고 장애인은 아무렇게나 방치되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

대부분의 보호자는 통장 잔고에 관심 없다. 요셉의집에 거주하는 자녀 또는 형제, 자매가 얼마나 잘 지내는지 어떻게 지내는지가 그들의 관심사이다. 통장 잔고를 확인하면 놀라는 경우가 많다. 더 자주 여행가고 맛있는 음식을 사먹으며 지낼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알겠다고 대답하지만 지금도 한계치까지 일을 하고 있다. 함께 여행하고 맛 집 탐방을 할 수 있지만 직원들이 사용할 수 있는 비용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급되지 않는다. 장애인이 가지고 있는 돈은 직원들과 함께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다. 결국 교회, 선교단체, 기업, 개인 등의 후원금에서 직원들의 비용을 충당할 수밖에 없다. 후원금은 늘 부족하고 필요한 용처는 많다. 장애인들의 개인 통장에 저축액은 계속 늘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식구(요셉의집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을 우리는 식구라고 칭한다)들에게 나쁜 보호자는 없다. 찾아오는 모든 이를 반갑게 맞이한다. 만나기 며칠 전부터 들떠 있고 헤어진 후에도 누가 나를 찾아왔다고 자랑한다. 갑작스러운 이상 행동이나 자해하던 식구도 보호자 방문이라는 새로운 자극이 생기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좋은 자극을 주게 하고 나쁜 의도는 잘 차단해서 식구들을 보호해야 한다. 요한복음 9장에서 예수님과 바래새인들의 담론에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나타내기 위해 장애인들이 있고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한 꼭 필요한 존재라고 말씀하셨다. 좋은 보호자와 함께 우리 식구들이 행복하기를 소망한다. 늘 웃으며 조건 없이 반가이 맞이하는 우리 식구의 모습을 보고 나쁜 보호자가 변하기를 기도한다.

김광현 원장 / 요셉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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