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의 장벽을 넘어서

재원의 장벽을 넘어서

[ 현장칼럼 ]

정민교 목사
2023년 09월 01일(금) 09:19
시각장애인들은 활자로 인쇄된 종이책을 읽을 수가 없기 때문에 데이지라는 시각장애인 대체 자료가 있다. 기독교 도서가 다양하게 많이 제작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각장애가 있는 성도들과 목회자들이 읽을 수 있는 기독교 도서가 거의 제작되어 있지 않아 신앙생활과 목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다. 그래서 기독교 도서를 데이지 파일로 만들어 시각장애인이 점자나 음성으로 들을 수 있도록 AL-소리도서관을 설립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도서관을 운영하기 위한 플랫폼과 콘텐츠가 필요했다. 시각장애인들이 웹사이트를 이용하려면 웹 접근성 웹사이트를 개발해야 한다. 업체를 찾아보는데 웹 접근성 웹사이트가 대중화가 되어 있지 않기에 웹 접근성 웹사이트를 개발하는 업체가 우리나라에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또 거기에는 재정이라는 문제도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경험이 풍부한 회사에 맡겨야 시각장애인이 접근하기 쉬운 웹 접근성 웹사이트를 구축할 수 있기에 여기저기 연락해서 상담했다. 그러던 중 지인으로부터 웹 접근성 심사위원 경력이 있는 분을 소개받아 AL-소리도서관의 웹사이트 기능을 설명하고 상담받았고 업체로부터 2,000여 만 원이라는 금액의 견적을 받았다.

생각한 것보다 너무 많은 금액이라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것도 지인 소개라 저렴하게 나온 것이라고 하니 할 말이 없었다. 2,000여 만 원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많은 고민을 했다. 왜냐면 이제 막 개척을 시작하여 1년도 안 된 교회인데 어떻게 그 개발비를 마련할 수 있겠는가. 잠이 오질 않았다.

주변에 지인 목사님들께 이런 상황이라며 기도를 부탁했다. 그런데 몇 분이 SNS에 펀딩을 해보라고 하셨다. "SNS로 펀딩을 하라고? 펀딩을 하면 그 큰 금액이 모일까? 내가 유명하지도 않고, 이 사역이 의미가 있는 사역이긴 하지만 과연 얼마나 동참해 줄까?"

순간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딱히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나라 25만 명 시각장애인의 복음화율이 저조한 이유 중 하나가 기독교 도서가 거의 제작되지 않고 보급되지 않아서 다른 장애인들의 비하여 복음화율이 저조하며, 시각장애인 목회자들이 목회하는데 도서가 없어 설교와 양육 등의 매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이것을 해결하기 위하여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기독교 전문 도서관을 설립하고자 하오니 웹 접근성 웹사이트 개발을 위한 제작비용을 후원해 달라고 SNS에 올리기 시작하였다.

두 달 반 만에 목표 금액인 2,000여 만 원이 모였다. 정말 신기했다. 후원 요청을 하고 중간에 주춤한 적도 있었다. 그래서 안 되나 보다 하며 그동안 들어온 후원금을 다 돌려주고 포기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며 함께 해주신 지인들과 SNS의 후원자들의 응원과 격려 속에서 결국 두 달 반 만에 목표 금액이 채워진 것이다.

드디어 시각장애인들이 AL-소리도서관에 접속하여 도서를 읽을 수 있는 플랫폼 개발이 가능해진 것이다. SNS를 보시고 후원해 주신 믿음의 동역자들이 안 계셨다면 AL-소리도서관은 설립되지 못했을 것이다. 하나님께서 이 일을 기뻐하시는 일임을 확실히 깨닫는 시간이었다.



정민교 목사 / 흰여울교회·AL 미니스트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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