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으로 생명을 이야기하다

빵으로 생명을 이야기하다

[ 현장칼럼 ]

우병인 목사
2023년 09월 22일(금) 12:35
포항 오천을 중심으로 구룡포, 양포, 동해, 장기, 지역의 어르신들을 섬기고 있다. 지명만으로도 느껴지듯이 농촌과 어촌이 복합된 지역이다. 그면서도 우리나라의 근대화를 이끈 제철산업의 중심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을 중심으로 철강 공단이 형성되어 있다.

철강 산업의 특성상 용강로를 중심으로 한 열정의 철강 노동자의 삶이 공존하는 곳이다. 그러면서도 대한민국 최강의 부대이며 귀신을 잡는다는 해병대와 해군 항공단이 함께하는 군사도시이면서 여기에 미해병인 캠프무적이 주둔해 있는 찾아보기 힘든 아주 특별한 복합적인 도시이다.

이렇게 복잡한 지역인 만큼이나 삶의 굴곡도 깊은 지역의 홀로 계신 어르신들과 만남을 위해 생명의 빵 사역을 시작했다. 육체적으로 나약한 분들께는 육신의 건강을 위한 먹거리로 믿음이 없는 분들께는 영적인 구원을 위한 생명 양식으로 시작했다. 베들레헴 생명의 빵을 시작하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도 만났다. 국가차원의 사회 안전망마저도 무너지기 시작했다. 사회적 빈곤층에 처한 분들에게 제공되던 급식을 비롯한 서비스가 중단되는 과정에서 모임의 형태가 아닌 찾아가는 서비스인 '베들레헴 생명의 빵'은 홀로 계신 어르신들을 만나고 나눔을 하고 외로움을 함께 했다.

베들레헴 생명의 빵은 매주 약 1800여 개의 빵으로 지역의 홀로 계신 어르신을 만나온 지가 벌써 수년이 지났다. 지나고 보니 많은 어르신들과 이별을 했다. 요양보호 등급을 받으셔서 시설 이용으로 가셔서 이별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때로는 홀로 싸늘한 어둠으로 홀 누워 계신 분들로 인한 이별도 지금까지 여러분을 경험했다. 처음에는 발이 땅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손을 잡는 순간의 차가움이 세상의 모든 것이 멈춘 상황으로 다가왔다.

과학의 발달로 건강하고, 거동이 자유롭고, 일상생활을 다 하시기에 안전하게 분류되어 혼자서 살아오던 집을 지켜내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홀로 계시기에 70대를 넘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혼자라는 외로움을 견디어 내야하고 갑작스러운 변화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특히 장마와, 폭염과 한파도 모두가 이분들에게는 위험의 상황입니다. 그런데 외로움 더 큰 고통이다.

생명의 빵을 통해 매주 한번 만나고 다음 주에 또 만난다는 소망은 이분들에게는 더 큰 희망이자 위로이다. 빵을 기다리기보다 사람을 기다리는 것이 눈에 선하다.

신체의 노령화로 일상생활의 모든 부분에서 제한된 삶을 살아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만나면 두꺼운 손으로 손을 꼭 잡고 말씀하신다. 좀 더 길게 있고 싶어서 좀 더 따뜻한 사람의 온기를 느끼려고 함께한다는 것으로, 외로움을 떨치려고 거친 손은 시간이 갈수록 더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진다.

마치 헤어질 시간을 아시는 것처럼, 늘 이렇게 아픈 이별을 해야 한다. 이러한 어르신들께 우리는 발달한 세상의 논리로 평안을 말하고, 정책을 말하고, 행정을 집행한다. 복합적이고, 다양하고, 혼돈의 세상을 다 경험하신 어르신들은 어떤 반응보다 그냥 손을 꼭 잡으시는 것으로 다 표현한다.

그 마음을 알아주고 같이 손을 잡아주는 것이, 어르신들께는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추석 명절이 덜 외롭기를 아들, 딸, 손주들의 분주함이 공허로 남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손을 모아 기도한다.



우병인 목사 / 베들레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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