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의 장벽을 넘어서

인식의 장벽을 넘어서

[ 현장칼럼 ]

정민교 목사
2023년 09월 29일(금) 09:35
대부분 사람들은 시각장애인들이 읽는 책은 종이로 제작된 점자책을 연상한다. 예전에는 종이 점자책, 오디오 테이프나 CD로 제작되어 시각장애인들에게 많이 보급되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기술이 발달하여 점자정보단말기가 개발되었다.

점자정보단말기는 노트북처럼 작고 가벼워 시각장애인들이 어디나 휴대할 수 있다. 그리고 파일만 넣으면 점자 셀이 올라와 점자로 읽을 수 있고, 점자가 어려운 시각장애인들은 음성으로도 들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종이 점자책은 부피가 너무 커서 휴대나 소장이 어려워 점점 점자정보단말기를 선호하게 되었고 지금은 많은 시각장애인이 점자정보단말기나 음성기기로 책을 읽는다. 하지만 이런 기기들을 이용하려면 책을 파일로 제작하여 보급하는 과정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런데 예전에는 시각장애인이 'hwp 파일'을 구하기가 용이했지만, 저작권법이 시행되면서 시각장애인들은 'hwp 파일'을 구하기가 힘들게 되었고 특히 공부하는 사람들의 교재로 말미암아 분쟁이 발생하게 되었다. 방법을 모색한 끝에 저작권도 보호받고 시각장애인의 독서 권리도 찾는 DAISY(Digital Accessible Information SYstem)라는 시각장애인 대체 자료가 표준화되었다.

대체 자료란? 장애로 인해 일반적인 인쇄물을 읽을 수 없는 장애인들을 위해 접근 가능하게 번안하여 제작한 자료이다. '데이지-DAISY'란? '시각장애인 전용 전자도서'를 일컫는 말로써, 점자정보단말기를 통하여 점자로 읽거나 컴퓨터, 음성기기, 스마트폰을 통해 음성으로 이용할 수 있는 도서이다. 시간이 흘러 시각장애인 복지관이나 도서관 등에서 데이지 도서가 제작되기 시작했다. 물론 비장애인들이 읽는 묵자 책(활자 책)보다는 그 수가 현저히 적지만 문학, 역사, 사회과학, 어학 학습 교재 등 많은 일반도서들이 데이지 도서로 제작되어 보급되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기독교 도서는 거의 제작되지 않고 있다. 정부예산을 받아 도서를 제작하게 되면 여러 제한이 따른다. 특정 종교의 도서만을 제작할 수 없고, 실적이 중요하기에 이용자가 적은 기독교 도서는 제작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단·사이비 도서들이 무분별하게 제작되어 이단들에 노출되기가 쉽다. 그리고 한 사람이 한 달에 도서 제작을 의뢰하는 권수와 페이지가 정해져 있고 신청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신청자가 받아 보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리하여 시각장애가 있는 성도와 목회자들이 양육과 교양, 목회 연구에 매우 힘들어하는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고 다양한 장르의 기독교 도서를 무료로 마음껏 읽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하여 국내 최초로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기독교 전자-데이지 도서관인 AL-소리도서관을 설립하게 되었다.



정민교 목사 / 흰여울교회·AL 미니스트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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