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사람을 지워 버리고, 새롭게 나아가자

옛 사람을 지워 버리고, 새롭게 나아가자

김한호 목사
2023년 10월 09일(월) 10:00
9월 12일 춘천 하늘에 너무나도 예쁜 구름이 형성되어 모두의 눈길을 끌었다. 한 가운데에 거대한 원형 공백을 두고 구름이 만들어져 하늘에 구멍이 난 듯한 모습(fallstreak hole)이었다. 이 구름을 본 사람들은 신기해하며 춘천에 희망을 주는 구름이라 말하였다. 같은 날 미국은 시차상 11일이 되는데 9.11 사건이 일어난 지 22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날 회복과 치유를 상징하는 쌍무지개가 뉴욕 하늘에 떠올랐다. 마치 뉴욕을 보호해 주신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듯 하였다. 그날에 상처를 입은 이들에게 이제 그만 벗어나라는 치유의 메시지인 것도 같다.

Fixation, 고착상태에서 나오라

필자의 친구 이야기이다. 차 한잔 사 가지고 온다며 오후 5시경에 사무실을 나간 사이에 바로 눈앞에서 삼풍백화점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이 사고로 인해 사상자가 약 1,500명이 발생하였다. 친구는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자기만 살아남았다는 것이 너무나도 큰 아픔이었기에 그 고통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땅을 사는 이들 중 치유가 필요한 이들은 너무나도 많다. 과거에 묶여 힘겨운 날들을 보내고 있는 이들의 온전한 회복이 필요한 때이다. 'Fixation'은 심리학 용어로 '고착상태'라는 자아 방어기재를 말하는데 과거의 생각에서 나오지 못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런 고착상태에 빠진 사람은 변화를 싫어하고 두려워한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애굽에서 약 400년을 살아왔다. 한 민족이 완전히 다른 땅에 들어가서 400년 가까이 살면 어떻게 될까? 문화, 습관, 의식구조에 애굽의 DNA가 이식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 36년을 경험하였다. 400년에 비하면 1/10도 안되는 숫자이지만 그때의 잔재가 오늘도 남아있지 않은가? 이러한 잔재는 쉽게 뽑히지 않아 오랜 시간이 지나도 언어, 문화, 습관, 가치관 속에 남아 있게 된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1주일이면 갈 수 있는 가나안 길을 무려 40년이 걸려 지나가게 하셨다. 400년의 잔재를 없애기 위하여 40년이란 세월 동안 광야에서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40년 동안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한 번에 줄 수도 있지만 매일 만나를 하나님에게서 받게 하셨다. 지금까지 애굽의 왕이 우리의 주인이고 애굽의 신이 자신들을 지켜준다고 생각하며 살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나님이 우리를 먹이시는 분이고 우리를 광야에서도 구름기둥 불기둥으로 인도하신다는 것을 알게 하기 위함이었다. 이 가치관을 그들의 문화, 습관, 의식구조 속에 새롭게 이식받아 애굽의 고착상태에서 나오라는 하나님의 뜻이 담겨있다.

un-learn, 배운 것을 고의적으로 잊어라.

우리 교단은 제108회기 총회가 시작되기 전 개최 장소에 대한 여러가지 해석과 이견으로 갈등과 혼란의 시간을 보냈다. 총회 기간, 새롭게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와 성령의 이끄심을 통해 총회를 치루어 내었다. 교단을 사랑하는 마음과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해 외쳤던 기도와 부르짖음이 이제는 서로의 상처와 아픔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기도로 채워지길 바란다. 출애굽을 통해 새로운 가치관과 하나님 나라를 향한 기대와 비전을 품게 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받들어 멈춰 서있는 것이 아니라 힘차게 나아가야 하겠다. 교육학에서 사용하는 'un-learn'이라는 단어는 '배우고 익힌 것을 고의적으로 잊어버린다' 는 뜻을 가지고 있다. 발전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의도적으로 지워야 하는 수고가 필요하다. 바울은 이 단어를 가지고 "옛 사람을 지워 버리고" 라고 표현하였다. 지워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들이 정답이 아닐 수 있다. 그것을 깨달았을 때 새롭게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새롭게 출범한 총회가 치유와 회복을 이루어 갈 수 있도록 격려와 응원으로, 때로는 비판과 냉정한 가슴으로 함께 기도하며 나아가길 소망한다.



김한호 목사/춘천동부교회·서울장신대 디아코니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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