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은혜

일상의 은혜

[ 현장칼럼 ]

김광현 원장
2023년 10월 20일(금) 09:29
심야 전기를 이용해 난방을 하는 요셉의집은 유난히 추운 지난 겨울을 보내며 전기요금을 걱정했다. 역시나 지난 1월 전기 요금 고지서는 충격이었다. 200만 원 정도였던 전기 요금 고지서에 약 700만 원이 넘는 금액이 표시돼 있었다. 1월에 이어 2월에도 비슷한 금액이 나왔다. 공과금, 시설 관리비, 프로그램 비용, 직원 교육비 등으로 매월 600만 원 정도를 사용할 수 있는 재정 상황에 비상이 걸렸다. 한가득 걱정을 안고 올해 예산을 점검하는 중 '예수사랑'이란 이름으로 700만 원 후원금이 통장에 입금됐다. 예상치 못한 큰 후원금이 갑작스럽게 생겼다. 요셉의집에 평온한 일상이 다시 돌아왔다.

경기복지재단으로부터 경차 구입비 1000만 원을 지원받게 됐다. 35명 장애인들의 병원 방문, 여행, 장보기 같은 일상생활을 3대의 차량으로 지원하기엔 늘 부족하던 차에 새로운 이동수단이 생겼다. 무려 1000만 원을 후원 받았지만 경차 구입을 위해서는 400만 원이 더 필요했다. 늘 부족한 예산을 아껴 사용해야만 하는 입장에서 마냥 좋아할 순 없어 고민하던 중 얼마 전 돌아가신 장애인의 유산 1000여 만 원을 상속하신 분이 전액을 요셉의집에 후원했다. 평소 잘 연락되지 않고 임종이 가까운 장애인을 만나지 조차 않았던 보호자의 깜짝 후원소식에 많이 놀랐다. 장례식장에서 함께 슬퍼하고 기도하는 요셉의집 사람들의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그분은 진짜 가족은 상속자가 아니라 요셉의집 분들이라고 했고 남긴 유산도 요셉의집이 받는 게 맞다고 했다. 요셉의집은 다시 평온한 일상이 됐다.

새로운 장애인이 요셉의집에 거주하게 됐다. 고등학교 졸업 후 공부를 계속하고 있던 장애인은 집에서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다녔고 피부 여러 곳이 나무 껍데기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한번은 수영장에 갔는데 물에 들어가며 입고 있었던 모든 옷을 벗어 버렸다. 모두가 깜짝 놀랐고 서둘러 옷을 입혔다. 스무살이 되도록 수영장을 가본 적이 없어 물 속으로 들어가길래 목욕하는 줄 알고 옷을 벗었다고 한다. 요셉의집이 꼭 필요한 장애인과 함께 오늘도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요셉의집에 거주하는 장애인은 행복하겠어요." 요셉의집을 담당하는 시청 공무원이 지도 점검 이후 남긴 말이다. 요셉의집은 사회복지를 실천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관리 감독 한다. 여러 장애인 시설을 돌아본 담당 공무원이 남긴 말이 우리의 평온한 일상이 장애인을 행복하게 한다는 것을 인정해 주었다.

한 해가 다 가기 전 9개월 동안 생긴 일이다. 짧은 기간 동안에도 문제가 많은 일상이 반복되고 해결됐다. 일상의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임을 깨달았다. 부족한 예산을 고민했고 돌봄이 필요한 장애인에게 평온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직원들과 함께 노력했다. 모두가 합심하여 도왔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며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도록 격려했다. 감사하게도 함께 하는 요셉의집 구성원 모두가 장애인을 위해 협력하는 수고를 해주었다. 하나님은 은혜가 아닌 것이 하나도 없다. 평온한 일상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들 삶에 당연한 것 하나 없이 모든 것이 은혜임을 잊지 않을 때 요셉의집의 평온한 일상은 계속될 것이다.

김광현 원장 / 요셉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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