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소망주는 '베들레헴 생명의 빵'

기대와 소망주는 '베들레헴 생명의 빵'

[ 현장칼럼 ]

우병인 목사
2023년 10월 27일(금) 09:24
아침, 저녁으로 피부를 스치는 공기의 차가움이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한다. 추석 명절의 분주함도, 사랑하는 자녀들과의 만남도 이제 또 한 장면의 추억으로 남았다. 어르신들은 추억의 한 페이지를 마음 속에 간직하며, 다시 새롭게 다가오는 차가움과 외로움을 맞을 채비를 한다. 계절의 변화를 준비하고 적응하며 두꺼운 겉옷을 하나 더 입는다.

살아온 날이 많아서 경험한 계절의 수도 많다 그렇지만 변화가 올 때마다 두려움과 위기가 더해 가는 것을 느낀다. 지난 몇 년간 우리의 이별도 이 계절에서부터 시작했다는 기억이 생생하다. 초겨울과 이른 봄에 세상을 떠나신 분들이 많이 있었다. 계절의 변화가 두렵고 떨리는 동시에 무사히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앞선다.

우리나라 경제가 OECD 국가 중에서 10위권에 있으니 잘 산다고 생각한다. 또한 우리는 잘살고 있는 것을 피부로 느끼기도 한다. '2023년 한국복지패널 학술대회' 논문에 의하면, OECD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이 1위를 차지하고, 노인 자살률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풍성한 가운데 다가오는 상대적으로 빈곤은 노인들을 더욱 더 힘들게 할 것이다. 그것은 자살율 1위가 말해준다.

어르신들의 삶은 가난의 긴 터널을 지나면서 아끼고 모으는 것이 체질화돼 있다. 정부 차원의 좋은 정책으로 어르신들의 삶이 하루 빨리 좀더 좋은 조건이 변화되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노인빈곤율 1위와 노인자살률 1위의 오명을 하루빨리 벗어나면 좋겠다. 또한 그때가 오기까지 생명을 사랑하고 함께하는 마음으로 어르신들의 삶 가까이에 있고 싶다. 내가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는 분들은 1개 읍과 2개 면에서 혼자 생활하시는 어르신 약 800여 분이다.

장기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하지는 못한다. 경제적인 이유로, 인적 물적 자원의 부족 때문에 그렇다. 그러나 지금의 내 모든 것을 쏟아서 할 수 있는 것은 '베들레헴 생명의 빵'으로 중단없이 매 주일 만나는 일이다.

매주 같은 양의 빵을 나눠드리기에 받으시는 어르신들은 더함도, 덜함도 없다. 한 주 한 번의 만남이지만 약속한 것처럼 꼭 만나기에 기대와 소망을 가진다. 어르신들의 상대적 빈곤, 우울, 외로움을 조금이라도 줄이자는 마음으로 정성을 쏟는다. 그리고 올해 겨울 추위에 귀중한 생명이 외롭게 홀로 지내지 않기를 기도한다. 또 하나는 춥고 긴 겨울밤을 외롭게 보내다가 우울해 스스로 생명을 놓는 일이 생겨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우병인 목사 / 베들레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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