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컵의 부활

종이컵의 부활

[ 기자수첩 ]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3년 11월 27일(월) 09:16
종이컵의 '화려한 부활'이 시작됐다. 그동안 종이컵은 플라스틱 빨대와 함께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퇴출'위기에 놓였다가 최근 재기에 성공했다. 정부가 소상공인의 부담 완화를 이유로 사실상 일회용품 규제 방안을 철회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7일 정부가 발표한 '일회용품 신규 관리방안'에 따라 일회용품 중에서도 가장 사용이 많은 종이컵은 '일회용품 사용제한 대상 품목'에서 아예 제외됐고 플라스틱 빨대는 별도의 기한이 없이 계도 기간을 '무기한'연장했다.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익명'을 요청하며 "크리스찬으로서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보호하고 유지시켜야 하는 책임감을 생각하면 마음이 불편하지만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웃을 수 있는 정책"이라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결국엔 일회용품을 사용하게 될 것이고, 인건비가 더 들어가지 않게 돼 다행이다"고 했다.

어쨌든 세척관리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덜고 플라스틱 빨대보다 2.5배 비싼 종이 빨대를 구매하지 않게 돼 소상공인들은 일단 한숨 돌렸다지만, 사실'지구의 위기'앞에서 '소탐대실'의 '화'를 범하는 건 아닌지 두렵다.

정책에는 힘이 있다. 뉴질랜드는 올해 7월 1일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했다. 유럽연합(EU)이 2021년 7월부터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한 지침'에 따라 빨대 등 플라스틱 일회용품 금지 정책을 시행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일회용품 규제 정책을 사실상 포기하는 것이며 국제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우려한다.

1인당 플라스틱 배출량이 세계 3위인 국가에서 '시대적 과제'인 일회용품 사용량 감축 정책을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에만 맡긴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환경운동연합이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일회용품 관련 인식 조사' 결과 '일회용품 사용 규제 정책이 시행되지 않을 경우 일회용품 쓰레기 발생량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80.0%가 '늘어날 것'이라고 답했다. 같은 생각이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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