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가상현실의 시대, 종교는 어떤 역할 해야 하나?

인공지능·가상현실의 시대, 종교는 어떤 역할 해야 하나?

신학-기술 공생 네트워크, 로버트 제라시 박사 초청 콜로키움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22년 05월 30일(월) 07:39
로버트 제라시 교수와 '신학-기술 공생 네트워크' 회원들.
현대 첨단기술과학의 문제를 신학적으로 성찰하며, 포스트휴먼 미래 시대를 위한 신학적 대안을 함께 모색하는 모임인 '신학-기술 공생 네트워크'(KTTN, 대표: 김은혜)가 '인공지능과 가상현실 시대의 종교'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KTTN은 지난 5월 21일 꽃재감리교회에서 한국연구재단 한미인문분야 특별협력사업(연구책임자: 송용섭)의 일환으로 한국을 방문 중인 미국 맨하탄칼리지의 종교학 교수 로버트 제라시를 초청해 '그 많던 교회 청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라는 부제로 콜로키움을 진행했다.

'인공지능과 현대종교들', '가상세계들과 근대성의 신화들' 등 두 가지 주제로 강연한 제라시 교수는 현대의 최첨단 기술들을 활용하여 교회와 신학이 당면한 위기들을 어떻게 극복해 나아가야 할 것인지를 묻는 신학적 관심 대신 현대 최첨단 기술연구들이 종교(적 담론들)을 활용하는 방식을 갖고 접근했음에도 불구하고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에게 새로운 지적 자극과 성찰의 지점을 제공했다.

제라시 교수는 "세속세계에서는 비종교적 실천들과 산물들이 종교적인 결과를 낳는 것이 가능하다. 코카콜라와 미국의 야구와 같은 완전히 세속적인 제도와 사물들은 예전에 종교제도를 필요로 했던 결과들인 윤리, 신화적 이야기들, 공동체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가상세계와 비디오게임이 어떤 종교와도 연관성을 갖지 않은 채 전통 종교의 일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종교를 '초인(superhuman)과 '인간 이하(subhuman)'의 경계에서 인간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협상으로 정의한 데이비드 치데스터의 견해를 인용하며, "가상세계는 우리가 컴퓨터에 접속할 때 획득하는 초인적 상태와 견주어 우리를 정의할 수 있는 분명한 기회를 제공하며, 이러한 정의는 게이머 문화의 필수적 특징인 제의적 실천들, 윤리적 논쟁들, 시화적 이야기들, 그리고 공동체 결성에서 일어난다"고 말했다.

제라시 교수는 "코로나 팬데믹은 의심할 여지 없이 가상 공동체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가속화시켰다"며, "미국의 젊은이들은 과거 십대들이 하던 운전면허, 파티와 마약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었지만 온라인게임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며, 향후에도 온라인 세계와 온라인 활동을 계속 활용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상세계가 한때 제도권 종교기관의 배타적 영역이었던 '초월성'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라시 교수는 "후속기술이 우리를 점점 더 컴퓨터 안의 신성한 경험의 추구로 몰아넣는 것은 아마도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라며, "21세기 초반 가상세계들 속에서 디지털적 초월을 추구하는 것보다 사회에 더 강력한 주장을 제기하는 이데올로기는 거의 없을 정도로 가상현실은 종교적 만족까지 우리에게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강의에 대해 김성복 목사(꽃재교회)는 "목회자로서 가상현실 세계를 통해 주어지는 '진짜 같은 가짜(authentic fake)'가 신학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통념적 대답을 뒤집어, 우리의 교회가 이 가상현실이 제공하는 위로보다 더 진정한 것을 제시하고 있느냐를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미래를 내다보는 교회의 선교정책이 이제 무종교인이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시대를 대비할 수 있어야 하며, 20대의 70~80%가 무종교인으로 통계에 잡히는 시대, 우리가 왜 젊은이들을 잃고 있는지를 깊이 성찰하고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표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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