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대와 사랑이 만든 기적

환대와 사랑이 만든 기적

[ 독자투고 ] 강제퇴거 명령 받은 이주민 청년 도와 합법체류 첫 사례 만든 순천성광교회

류성환 목사
2022년 08월 30일(화) 15:18
오늘 우리 주변에는 소위 '있지만 없는 아이들', 또는 '그림자 아이'로 불리는 아이들이 있다. 1만 8000여 명으로 추정되는 이 아이들은 한국에 체류하는 미등록이주민(소위 불법체류자)의 자녀들이다. 이 아이들은 외국에서 태어나 어린나이에 부모와 함께 한국으로 동반 입국하였거나 한국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아이들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체결국으로서 유엔의 권고에 따라 교육부에서는 이 아이들에 대한 공교육의 배움을 허용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에서는 이 아이들에 대한 의료 및 복지는 허용하지 않았다. 아울러 성인이 되었을 때는 강제퇴거 당하여 타국으로 쫓겨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짧지만 평생을 모국으로 배우고 자라온 한국에서 추방당하는 상황은 정말 생각하기도 끔찍하지만, 이 상황이 이 아이들의 내일이기에 늘 불안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지난 20여 년 간 이 아이들에 대해 대한민국의 법과 제도의 틀 안에서 보호하고 포용하자는 아동인권단체의 입장과 이 아이들에게 체류자격을 부여하면 부모가 자녀를 이용하여 체류하는 사례가 증가함으로 국경관리 및 체류질서의 근간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정부의 입장차이로 팽팽하게 대립되어져 왔다. 그러면서도 정작 아이들이 선택하지 않은 부모의 행위로 인한 피해를 아이들에게까지 적용하는 것은 연좌제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점차 높아져 가게 되었다. 결국 지난 2020년 4월에 법무부에서는 미등록이주아동의 합법화의 길을 열어주게 되었다. ①국내 출생, ②15년 이상 국내체류, ③중·고교 재학 혹은 졸업이라는 다소 엄격한 기준을 들어 합법화를 추진했다. 그러나 정작 이 기준에 따라 맞는 아이들은 수 십 명에도 이르지 못했다.

이에 2022년 1월에 법무부에서는 대폭 완화된 기준, 즉 기존 한국체류 15년 이상에서 한국에서 태어나거나 영유아기에 입국 후 6년 이상(영유아기 지난 아동은 7년 이상) 체류하고 있는 아동으로 완화되면서 지금까지 500여 명의 아이들이 한국에서 사람으로서 살아가야 할 기본적인 체류자격을 정부로부터 인정받게 된 것이다. 이와는 별개로 '외국인 아동 출생등록제'가 국회에서 입법중이다. 한국에서 출생한 모든 아동은 국가가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인 아동은 '출생통보제', 외국인 아동은 '출생등록제'(2023년 상반기 예정, 법무부 5대 국정과제 포함)로 모든 아동은 태어나는 순간 국가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가고 있다. 이는 한국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들은 한국정부로부터 합법적인 지위와 보호를 받게 하자는 '아동 최상의 이익'의 원칙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아직도 엄격하게 외국인의 정주 방지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한국에서 미등록 이주아동에 대한 포용이라는 전환점을 가져오게 된 변화는 어디에서 시작 되었을까? 그것은 서울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한 교회에서 조용하지만 뜨겁게 시작 됐다. 전남 순천에서 초·중·고교를 졸업하고 2017년 청주출입국사무소로부터 강제퇴거 명령을 받고 청주외국인보호소에서 보호되어 있던 '페버'라는 학생이 있었다. 페버와 동생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순천성광교회를 다니고 있었다. 페버의 지난한 소송과정에 서울과 청주, 순천을 오가며 페버를 돕기 위해 나선 순천성광교회의 교인들에 의해 이 기적이 만들어졌다. 처음 페버의 사연을 듣고 자문을 구할 당시 소송을 권하였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사실 부정적이었다.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이길 확률은 매우 낮다. 반면 교인들은 페버를 감싸 안으려 더 헌신적이었다. 큰 금액이었던 범칙금을 여러 경로로 마련하여 납부하고, 온 교인과 친구들의 탄원서를 모으고, 페버와 가족들을 위해 기도했다. 그리고 2018년 청주지법에서 페버는 승리했고, 법무부는 항소를 포기하는 것으로 페버의 합법체류를 허용했다. 이 페버의 사건은 한국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미등록이주아동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가 되었다. 첫 판례가 생기게 된 것이다. 현재 800여 명의 미등록이주아동이 한국정부로부터 합법체류를 허가받아 새로운 2학기를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이 아이들이 한국사회와 한국교회의 구성원으로 잘 성장하기를 기도해 본다. 세상 끝에서 찾아 온 이들에게 교회가 보여준 환대와 사랑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기적을 지금 우리는 보고 있다.



류성환 목사 / 우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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