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난민에게 '선한 이웃' 되어 주고파"

"우크라이나 난민에게 '선한 이웃' 되어 주고파"

총회 사회봉사부,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 선교사 사역지 방문(체코, 헝가리)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22년 09월 12일(월) 11:03
체코 이강영 선교사와 난민 수용시설을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는 오상열 총회 도농사회처 총무
예장 유럽선교회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과 선교지 재건을 위한 특별위원회' 컨퍼런스 모습.
전쟁으로 인한 우크라이나 민간인 사망자 2만 8500명, 군인 사망자 1만 명, 복구비용으로 7500억 달러(약 1004조)(이상 우크라이나 정부 발표). 난민 1300만 명(유엔난민기구·UNHCR, 8월 21일 기준)
우리는 자주 재난의 현장을 숫자로 접하지만 그 숫자가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러나 고통 당하는 이들을 현장에서 만나고, 그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손을 붙잡으며 이야기를 나눌 때 우리는 그들의 아픔을 공감하게 된다. <필자 주>

【독일 카를스루에·체코 프라하·헝가리 부다페스트=표현모 기자】 "재난 현장에 영웅은 필요 없습니다. 난민들에 대한 긍휼한 마음은 갖되 전문가들의 가이드에 따라 이성적으로 지원에 참여해야 합니다. 우리 교단의 유럽선교사들은 속도 보다 방향에 방점을 찍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이들에게 실제적이고 영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예장 유럽선교회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과 선교지 재건을 위한 특별위원회(유럽특위)' 위원장 허승우 선교사(독일)는 지난 9월 1~3일 독일 카를스루에 토마스호프 수련원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난민 사역을 위한 연합 컨퍼런스'에서 지원자의 심리적 만족을 위한 지원이 아닌 지원 받는 이들의 필요를 살피는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컨퍼런스에 참가한 총회 김보현 사무총장과 유럽 선교사들은 총회와 유럽 특위의 구호 경과 및 각 국가별 선교사들의 난민사역 상황을 공유하고, 총회의 향후 우크라이나 구호 계획 및 기본방향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울러 총회 도농·사회처 오상열 총무는 유럽특위 임원들과 4일부터 8일까지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를 방문(기자는 체코와 헝가리 동행)해 현지 선교사 및 현지 동역교단의 난민구호 사역현장을 방문, 이들의 노고를 격려하고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약속했다.


꼬빌리시교회에서 마련한 숙소에 기거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난민 가정과 이야기 나누는 류광현 선교사.
#총회 사봉부와 예장유럽선교회 특별위 컨퍼런스 개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우크라이나 내 피해가 극심해지고, 대규모 난민이 발생하면서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는 우크라이나 재건 및 난민 지원을 위해 사회봉사부 주관으로 전국교회를 대상으로 한 모금을 실시했다. 사회봉사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중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난민 구호 및 전후 복구 전략 방안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우크라이나 선교사들, 인근 지역의 선교사들과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아울러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 중 교단 총회와 협력하고 있는 교단과의 소통 속에서 이번 재해구호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예장유럽선교회는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과 선교지 재건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자체적으로 설립하고, 효과적인 난민 지원을 위해 정보 및 사역 공유와 향후 지원 계획 수립을 위해 총회 사회봉사부 및 세계선교부, 에큐메니칼 파트와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위원회에서는 특히 위원장 허승우 선교사(독일)와 재정담당 김만종 선교사(독일)가 헌신적으로 관련 업무를 감당하며 난민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 체코교회에서 받은 사랑, 우크라이나 난민에게 - 프라하꼬빌리시교회

지난 4일 오전 류광현 선교사가 사역하고 있는 프라하꼬빌리시교회 2층에는 우크라이나에서 피난 온 한 가족 네 명이 피곤한 몸과 마음을 추스리고 있었다.

꼬빌리시교회는 2층의 공과공부실과 어린이도서관, 부엌 등으로 쓰고 있던 공간을 우크라이나 난민 가족을 위해 침대 등을 구비해 생활공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류광현 선교사에 따르면 이 공간은 22년 전 체코 교우들이 한인 교인들을 위해 조건없이 비워주었던 공간이라고 한다. 체코 사람들이 이방인이었던 한국인들에게 제공했던 환대의 공간을 이제는 한국인들이 고통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난민을 위해 내어주는 '환대의 선순환'인 셈이다.

주일예배 후 조심스럽게 이들의 거처를 방문한 류광현 선교사는 불편한 점은 없는지 아이들의 건강은 괜찮은지 등을 살핀 후 가족들의 편안한 쉼을 위해 서둘러 자리를 비켜주었다.

아빠 샤샤, 아내 마리아, 큰딸 사시카, 둘째딸 아나스타샤 등 네 식구는 지난 8월에 이곳에 들어왔다. 아빠 샤샤는 전쟁 전 폴란드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 전쟁으로 가족들이 체코로 피난을 오게 되어 이 곳에서 상봉을 한 케이스다.

정부에서 제공해주는 시설에서는 이렇게 네 가족이 오붓하고 편안한 공간을 가질 수 없어 어려움을 겪던 차에 꼬빌리시교회와 연결이 된 것이다.

엄마 마리아는 "이곳에 와서 마음이 편안해져 좋다. 완전한 안정은 아니지만 가족이 함께 있을 수 있어 감사하다"며, "엄마와 형제 자매들은 우크라이나에 남아있다. 전쟁이 끝나 우크라이나로 돌아가고 싶은데 올해 크리스마스가 오기 전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피력했다.

꼬빌리시교회가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 거주공간을 내어주게 된 것은 '야라'라는 이름의 우크라이나 여성 청년 때문이었다. 교회의 한국 교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야라가 어느 날 근무시간에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을 본 교인이 사정을 묻자 엄마와 할머니, 임산부 언니가 피난을 나왔는데 정부가 제공하는 숙소에는 가족들이 함께 생활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를 교회에 이야기하자 교회에서는 2층 공간을 주거공간으로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교회는 이 가족들을 위해 불필요한 집기들을 드러내고 침대 등 생활에 필요한 가구나 물건들을 배치했다. 교인들은 체코어를 하지 못하는 난민들을 위해 행정적인 일을 돕기도 하고, '우크라이나인들과 함께 하는 밤' 행사를 열어 함께 고기를 요리해 먹기도 했다. 이들이 기분전환을 할 수 있게 자신의 별장을 내어주는 교인도 있었다. 야라의 언니가 출산을 했을 때는 아기용품들이 방안에 가득찰 정도로 성도들의 도움이 넘쳤다.

우크라이나에서 음악선생님을 하던 야라의 어머니는 교회와 양로원에서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음식을 나누기도 했다. 한국어도 할 줄 모르면서 한국어 예배에 참석했고, 매주 케이크를 구워서 나누기도 했다. 지금은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겼지만 가끔 한 시간이 넘는 거리를 대중교통으로 와 교인들과 인사를 나눌 정도의 사이가 됐다고 한다.

류광현 선교사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섬기면서 오히려 교회 안의 분위기가 활발하게 변화되고 있는 것 같다"며, "우리 교회가 우크라이나 난민을 돕는 것은 22년 전 체코 교인들이 우리를 위해 조건 없이 공간을 내준 사랑의 빚을 조금이라도 갚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혜원 씨와 김은주 선교사로부터 지원받은 태블릿PC를 받은 아들의 동영상을 보여주고 있는 나타샤.
#우크라이나 난민 시설 지원하는 프라하벧엘교회

프라하벧엘교회(이강영 선교사 시무)는 프라하 외곽지역에 마련된 별도의 공간에 주로 여성과 아이들, 노인 등 40여 명의 난민들이 모여 사는 시설을 지원하고 있다.

이 공간은 우크라이나 출신의 자동차공업사 사장이 자신들의 동포를 위해 사비를 털어 마련한 공간이다. 정부가 제공하는 시설은 엄마들이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기에 너무 협소하다고 한다. 이곳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 여성들은 아이들을 위한 언어교육 및 홈스쿨을 하고 있었다.

지난 4일 이강영 선교사는 아내 이혜원 씨와 교회 건물 직원인 안토뉵 올가, 사회봉사부 오상열 총무와 함께 이곳을 찾았다. 이날 방문에서 총회 사회봉사부는 난민 가족들의 근사한 저녁식사를 위한 금일봉을 전달했고, 프라하벧엘교회에서는 아기용품 및 생필품을 준비해 전달했다.

시설에서 생활 중인 난민 본다롄코 씨는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해 서방국가들이 주로 도와주고 있는데 한국에서 마음을 다해 도와주셔서 감사하다"며, "단순히 물질만이 아니라 마음을 다해 도와주어 더욱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그러나 이 곳을 생활공간으로 내어준 독지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가스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가을과 겨울이 오는 것을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강영 선교사는 "사비로 이곳을 지원하고 있는데 난방이 시작되면 그 분이 재정을 감당을 할 수 없는 상태"라며, "교회에서도 최대한 협력을 하겠지만 하루 속히 전쟁이 끝나지 않으면 이번 겨울은 난민들에게 무척이나 힘든 계절이 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체코형제복음교회에서 난민 사역 설명을 듣고 있는 유럽특위.
이날 연이어 방문한 감리교 디아코니아 센터에서도 20여 명의 난민들이 생활하고 있었다. 이강영 선교사는 교파를 초월해 타교단 선교사들과 협력해 이곳을 섬기고 있다. 이날 방문에서는 기독교대한성결교회에서 파송한 김은주 선교사가 함께 방문했다.

방문단이 센터에 도착하자마자 특별히 이혜원 씨와 김은주 선교사를 반기는 이가 있었다. '나타샤'라는 이름의 이 여성은 남편이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징집대상이어서 함께 피난을 올 수 없게 되자 아들까지 남기로 해 둘째 아이만 데리고 피신을 나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아들이 온라인으로 학교수업을 받아야 하는데 아무런 장비가 없어 교육을 받을 수 없는 상태였는데 이 소식을 들은 이 사모와 김 선교사가 자신의 사비를 털어 태블릿PC를 구입해 보내주었다. 나타샤는 며칠 전 아들이 태블릿PC를 받고 기뻐하는 동영상을 보내왔다며 연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체코형제복음교회가 운영하는 '빛 문화센터'에서 공부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청소년들.
#체코형제복음교회의 헌신적인 난민사역, 동역교단인 본교단도 후원

총회의 우크라이나 재건 및 난민 지원은 해외동역 교단과의 협력을 통해서도 진행되고 있었다. 교단 총회의 기금이 체코형제복음교회로 전달되어 현지에서 사역하는데 큰 위로와 힘이 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일 이종실 선교사의 안내로 유럽특위 회장 허승우 선교사와 총회 사회봉사부 오상열 총무가 체코 프라하의 체코형제복음교회 총회 사무실을 방문하자 마르틴 발카르 사무총장은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 자리에서 발카르 사무총장은 "갑작스러운 전쟁으로 체코형제복음교회 또한 준비가 안된 상태로 난민들을 맞이하게 됐다"며 "1300만여 명의 난민이 나왔는데 80%가 어린이와 여성이고, 이들의 짐은 가방 한 두개가 고작이었다. 체코에는 현재 40만여 명의 난민들이 있다"고 말했다.

체코형제복음교회는 우크라이나인 돕기 콘서트 개최를 통해 모금활동을 벌이기도 하고, 난민들의 체코 정착을 위해 체코어 교육용 책자 4000개를 지원 받아 나누기도 했다고. 우크라이나어와 체코어는 비슷한 계열의 언어로 우크라이나인들은 체코어를 빨리 습득하는 편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예배를 위한 통역 제공, 어린이들을 위한 캠프, 생필품 제공 등 다양한 난민지원 사역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교단 내 130개 교회가 난민들에게 시설들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 5월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물품을 지원한 정채화 선교사.
이날 발카르 사무총장은 체코형제복음교단과 NGO단체들이 함께 힘을 모아 운영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빛' 문화센터로 방문단을 안내했다. 이곳은 프라하의 번화가 중 한 곳인 구시가 광장에 위치한 도서관 시설로 30여 년간 제대로 운영이 되지 않아 방치된 건물이었다. 그러나 난민들이 몰려오자 체코형제복음교회가 타 단체들과 함께 이곳에 난민을 위한 문화센터를 운영하는 것을 시로부터 허락 받았다. 현재 20여 명의 직원 및 자원봉사자들이 이곳에서 난민들을 섬기고 있다.

지난 5월에 문을 연 이곳에서는 아이들에게 언어, 음악, 미술 등 다양한 교육과 도서관 시설을 제공하고,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상처 입은 난민들의 심리상담까지 제공하고 있다. 하루에 이곳을 찾는 난민들이 150명 정도이며, 강의 및 교육에 등록된 인원만 700여 명에 이른다.

이종실 선교사는 "체코에 난민들이 넘어 올 때 NGO 전문가들은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동원해 순식간에 국경 쪽에서부터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을 만들어냈다"며 "시민들에게 뜨거운 가슴을 갖되 전문가들의 안내와 지도에 따라 지원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을 보며 필드에서의 전문가 경험과 마인드가 얼마나 중요한 지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유럽특위 임원들에게 사역을 설명하고 있는 정채화 선교사.
#우크라이나 국경까지 넘으며 헌신적인 사역 -정채화 선교사

헝가리 정채화 선교사도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 난민사역을 펼치고 있었다. 그는 지난 5월 12일과 24일 헝가리개혁교회와 외교부의 도움으로 우크라이나 국경을 건너 우크라이나개혁교단의 사역을 지원하고, 초모닌 지역 의료지원을 위한 쉘터하우스 재건을 위한 기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에서는 이를 위해 각각 5000달러와 4300달러를 두 차례에 걸쳐 지원했다.

정 선교사는 "헝가리 정부는 재정이 없어 난민 지원을 제대로 하지 못하지만 오히려 개신교가 적극적으로 나서 난민을 지원하고 있다"며 "헝가리개혁교회의 난민 사역을 위해 우리 교단이 지원하자 아시아 국가의 교회가 이러한 일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며 굉장히 감사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현지는 전쟁으로 인해 끼니를 걱정해야 할 형편의 사람들이 많으며, 교회가 그 일의 일부를 감당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개혁교단 내 예배에는 남성 신자는 거의 없을 만큼 전쟁에 차출되거나 우크라이나를 떠나 있는 상황"이라고 보고했다.

정 선교사는 "이러한 상황에서 예장 총회의 도움이 우크라이나 교회에 큰 격려가 됐다"며 감사의 인사를 대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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